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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의 만남, 그리고 유산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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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유산을 겪은 사람과 그 곁에 있는 가족들이 어떤 상실을 경험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어본 적도 없었고, 평소에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럭키는 3일 전까지만 해도 너무 건강하게 뱃속에서 잘 놀고, 심장도 잘 뛰고, 검사에서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원인 모를 이유로 극심한 복통과 출혈과 함께 세상에 너무 빨리 나와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다...

아직 세상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고,
잠시 왔다가 사라진 존재라는 이유로
유산이라는 상실은 종종 제대로 애도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이 슬픔이 충분히 슬퍼해도 되는 일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빨리 잊고 좋은 생각만 해야 한다는 강박이 좀 들었던 것 같다.


이런 애도를 누군가는 박탈된 애도라고 하기도 하고,
혹은 금지된 슬픔이라 부른다고 한다.

예기치 못하게 닥친 일이었어서 이유를 찾고 싶었고,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말에 감정이 더 복잡해졌다.
분명 아픈데... 어디에 화를 낼 수 있는 곳도 없었고,
차라리 누군가를 탓할 수 있었다면 분노라도 쏟아낼 수 있었을 텐데, 그마저도 불가능한 슬픔이라 자꾸만 화살이 나에게로 돌아오곤 했다.
괜찮을거라고 되뇌이며 통증을 참고 작은 출혈을 가볍게 생각하며 병원에 바로 달려가지 않았던 것들이
아기에게 너무 미안했고 너무 후회스러웠다.
모든 것들이 인생을 살면서 처음 마주하는 낯선 감정들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기가 우리에게 찾아온 순간부터
이미 우리의 관계는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아주 짧았을지라도, 함께한 시간은 분명 존재했다.

내가 어떻게, 무엇을 애도해야 할까...
애도해야 할 것은 단지 사라진 생명만이 아니라
나의 몸 안에서 함께했던 수개월의 시간,
아이를 맞이하기 위해 나와 남편이 준비했던 모든 일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품었던 기대와 설렘,
조심스러움, 불안과 긴장,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하려고 했던 미래와 가족의 모습까지.
그 모든 것이 상실의 일부이며
모든 것은 애도의 대상이 되었다.

이 슬픔은 작지 않고, 가볍지도 않다.
다만 어떻게 생각하고 이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을 뿐이다.

언제까지가 될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지금처럼 갑자기 슬프고 갑자기 눈물이 나고 생각이 많이 날 수도 있다.  
그래도 억지로 참으려 하지 않고, 슬프면 슬픈대로,
울고 싶으면 그런 대로 우리에게 찾아왔던 아기를 기억해야겠다.
아기가 우리에게 주었던 짧지만 강렬한 행복을 잊지 못할 것 같다...
너무도 사랑했던 우리 아기,, 언젠가는 건강하게 우리에게 꼭 다시 와주기를 바라고 믿는다.





하나님,
제 품에 잠시 와주었던 이 아이를 기억해 주세요.
제가 끝까지 사랑했다는 걸
이 아이도 알게 해주세요.
아기가 아프지 않은 곳에서
두려움 없이 쉬게 해주세요.

지금의 저는 괜찮은 척도, 강한 척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지고
또 잠깐 웃었다가 다시 그 밤으로 돌아갑니다.

그래도 제가 망가지지 않게
이 마음을 조금씩만 견딜 수 있게
힘을 주세요.

자꾸 나를 탓하는 이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날 새벽의 저를
판단하지 않게 해주시고,
지키지 못한 사람으로가 아니라
사랑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하게 해주세요.

하나님,
언젠가 제게 다시 생명을 맡기신다면
그 아이가 오기 전까지
제 몸과 마음을 먼저 회복시켜 주세요.
그래서 그 아이에게
제 두려움이 아니라
제 따뜻함이 먼저 닿게 해주세요.

조급함으로 맞이하지 않도록 잘 준비하며,
만약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기다릴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그리고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잊지 않게 해주세요.

저희에겐 지금이 분명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지만
아이가 다시 왔을때,
사랑을 줄 준비가 된 엄마 아빠로
서 있을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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